마지막 풍경은 고독하고도 아늑했다. 중앙 항해실에서 홀로 바라본 우주에는 금이 가 있었다. 어디에서 왔는지도 모를 빛이 제각각으로 창 위를 날뛰고 있었다. 저 광대한 곳으로부터 닥쳐온 게 아닐지도 몰랐다. 망가진 배리어가 내뿜는 것이라면 몸부림의 흔적이리라. 무엇이었던, 그것은 우주에서 본 빛 중 가장 아름다웠다.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거치는 빛들이 몇 ...
404의 두 수재는 모두 어린 나이에 함장이 되었다. 두 사람 중 누가 먼저 함장이 될 것인가는 졸업 이후 동기생들 사이에서 꺼지지 않는 화젯거리였다. 역시 항상 수석이던 이정환이 먼저일 거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의외로 김수겸일 수도 있다는 쪽도 있었다. 항상 교관 같았잖아. 이쪽이 당장 투입되기에는 유리할 수도 있다니까? 결과적으로 김수겸이 더 빨랐다. ...
김수겸은 배를 잃었다. 탐사선 상양은 2년 전 항로를 벗어나 우주 미아가 되었다. 배를 잃었다는 말은 오직 그 한 척만 우주의 파편이 되었다는 의미가 아니다. 뱃사람들은 모두 안다. 저 말에 얼마나 무거운 닻이 달려 있는지. 함선은 많은 것을 싣고 있다. 그간의 시간, 항해 일지, 연구 기록, 다른 세계와 미지의 흔적……. 다행히도 이런 것은 본부로의 전송...
초반의 문장 반복 오류를 수정했습니다. 양호열은 약속대로 강백호의 생일을 위해 펜을 들었다. 우표가 붙은 편지는 빨간 우체통에 잠시 머물러 있다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던 집배원에게 거두어졌다. 수거된 편지는 길을 떠났고 생일 사흘 전 마침내 주인공의 손에 안겼다. 빨간 머리 수신인은 드문 참을성을 발휘했다. 봉투 겉면에 붙은, 초 켜진 케이크 모양의 스티커가 ...
어릴 적부터 양호열은 강백호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었다. 계량컵을 쓰지 않고 그릇만으로 물의 양을 재는 법, 리젠트 스타일을 위한 값싸고 유용한 헤어스프레이, 수업 시간에 몰래 보낼 쪽지 접는 법, 시비 거는 어중이떠중이들을 위한 효율적인 주먹질. 살아가며 맞닥트릴 온갖 상황과 사건에서 쓰게 될지도 모르는 온갖 사소한 것들. 양호열이 전수한 방법이 모두 강백...
초반의 붙여넣기 오류(문단 반복)를 수정했습니다. ‘좋은 날에 친구를 외롭게 둘 수는 없지.’ 강백호는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팔짱을 꼈다. 침대 머리맡에 포장된 선물과 엽서를 두고 그것을 노려보았다. 눕는 데에 불편함이 없는 너비였으나 이것저것 늘어놓은 통이라 비좁아 보였다. 앉은 자세 그대로 물건 더미만 보는 모습이 꼭 눈 뜬 채 명상하는 사람 같았다. ...
백호야. 첫 줄에 양호열은 그렇게 쓴다. 편지지를 마련할 여유 따위는 없었다. 글러브 박스에 새것 같은 만년 다이어리를 밀어 넣었던 지난날을 두고 가히 행운이라 할 수 있겠다. 양호열은 한참 고민하는가 싶더니 이름 한 번 쓴 페이지를 사정없이 구겨버렸다. 종이 뭉치를 조수석에 던지고 깨끗한 페이지를 새로 뜯었다. 양호열은 새롭게 첫 줄을 쓴다. 보고 싶었...
버려진 것들에 눈이 갈 때가 있다. 누구는 그것을 경멸하고, 누구는 그것을 연민한다. 가끔 무작정 베풀거나 구하려는 성인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하늘은 광휘를 업은 예수를 남용하지 않는 법. 버림받은 것의 대부분은 끝까지 그대로 남는다. 오갈 데 없는 떠돌이보다 못한 신세로. 경멸과 연민과 구원. 박철은 개중 어느 분류에도 속하지 않았다. 그는 버려진 ...
잡식성 곰(감성대만수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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